‘블라인드 채용’의 허와 실 Job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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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7-07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부문에 ‘블라인드 채용’을 의무적으로 도입하라고 지시를 하였고, 민간기업에도 권고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블라인드 채용’이라는 것이 어떤 것이고, 이게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고, 앞으로 채용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우선, ‘블라인드 채용’에 대해서 그렇게 명확하게 그 취지와 개념을 잡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이게 왜 나온 것일까요? 첫 번째 이유는 과도한 스펙과 관련이 있습니다. 기업들이 직무와 별 관련이 없는 스펙을 채용의 평가기준으로 하고 있다는 문제에 대한 인식 때문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직무와 관련이 없는 스펙’입니다. 스펙 중에는 직무와 관련 있는 것도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직무관련 자격증 등은 직무와 관련이 있고, 어학도 관련 있는 직무도 많이 있습니다. 그 스펙이 필요한지 아닌지는 해당 직무를 봐야 알 수 있는 것이지, 원래부터 필요하고 안 하고를 판단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차별에 대한 논란 때문일 것입니다. 차별과 차등은 의미가 전혀 다른 것이지요. 차별은 내가 노력을 통해 바꿀 수 없는 것으로 인해 다른 대우를 받는 것입니다. 차등은 그 사람의 실력과 능력에 따라 다르게 대우하는 것입니다. 다르게 대우하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을 기준으로 삼아서 그렇게 대우하느냐가 중요한 부분이 되는 것입니다. 다르게 대우할 충분한 이유가 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건 오히려 역차별이 되는 것입니다.


그럼, ‘블라인드 채용’이 과도한 스펙의 문제를 해결하고, 차별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것일까요? 쉽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우선 과도한 스펙의 문제부터 따져 봅시다. 기업들은 지원자들을 어떠한 기준과 방식으로든 변별을 해야 합니다. 그동안 서류 전형에서 그러한 기준으로 삼았던 것이 학력입니다. 학력만 보고 자기소개서는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바로 탈락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일 것입니다. 그런데 학력을 기재하지 않으면 무엇으로 할까요? 또 다른 기준이 필요합니다. 그게 직무관련 경험이든, 경력이든, 지식이든, 자격증이든, 교육사항이든 뭔가 다른 기준이 필요합니다. 어찌 되었던 변별력이 있는 기준은 필요하고, 그것을 통해 선발을 해야 하니까요. 이 새로운 기준이 결국 또 다른 스펙이 될 것입니다. 스펙은 절대 사라지지 않습니다. 단지 그 스펙이 얼마나 직무관련성이 있느냐 없느냐의 이슈가 있을 뿐입니다. 학력이 직무관련성이 없는 스펙일까요? 그게 완벽하게 직무의 성과를 예측하기 힘들 수는 있지만, 상당한 관련성은 있을 것이라는 것이라고 봅니다. 학력은 기본적으로 그 사람의 성실성과 인지능력에 대한 지표는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성실성과 인지능력이 직무수행과 관련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이게 직무성과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고, 상관관계가 있느냐는 좀 다른 문제이겠지요.

 

두 번째로, 차별에 대한 문제입니다. 학력을 기준으로 사람을 선별하면 이게 차별일까요? 아니면 차등일까요? 학력은 자신의 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인지를 생각해 보면 금방 답이 나옵니다. 학력은 상당 부분 자신의 노력의 산물입니다. 물론, 부모의 지원에 따라 학력이 많이 달라질 수도 있지만, 완벽하게 자신의 노력이 산물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학력에 따라 차등적인 대우를 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즉, 두 가지 이슈, 과도한 스펙의 문제와 차별에 대한 문제 모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출발선을 동일하게 하고, 과도한 스펙의 문제를 해결하고, 차별적인 요소를 해결해서 청년들이 자신의 실력과 능력에 따라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그 구호는 좋지만, 그 방법이 그렇게 정밀하고 사려 깊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의미와 취지가 좋다고 그 방법과 수단에 대한 검증까지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그럴수록 깊이 고민하고 제대로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블라인드 채용’이 뭔가를 평가하거나 판단하지 말라고 하고 다른 것으로 평가하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다른 무엇으로 평가하고 판단할까에 대한 대안이 제시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런 것들로는 평가하고 판단하지 말라고 하지, 그 대신 무엇으로 평가하고 판단하라는 것이 없습니다. 학력보다 더 나은 평가 및 판단 기준이 제시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기준을 측정해 낼 수 있는 툴이 개발이 되어야 합니다. 그것을 대체할 것이 뭔지도 모르고, 안다고 해도 그것을 측정해 낼 수 없다면 무용지물인 것입니다. 그에 대한 대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학력보다 더 못한 기준으로 평가하고 판단하게 될 것입니다. 학력보다 더 직무성과에 대한 예측력도 떨어지고, 상관관계도 없고, 그것보다 더 차별적인 기준으로 평가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인상이나 이미지로.



‘블라인드 채용’이 도입되고 확대되면 취업 시장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그 변화는 기업에 의존적일 것입니다. 기업들이 블라인드 처리된 학력 등을 제외하고, 다른 무엇으로 평가하는가에 따라 취업 시장은 민감하게 변화가 될 것입니다. 예상되는 바로는 자기소개서에 대한 부분이 강화될 것이고, 많은 지원자들을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걸러내야 하니, 필기시험도 강화될 수 있습니다. 면접 전형 역시 강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입사지원서에 블라인드 처리된 것을 대체할 새로운 평가할 항목을 반영하여 서류전형에 평가를 할 것이고, 자기소개서에 평가요소가 얼마나 반영되어 있는지 그리고, 그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판단하게 될 것이고, 인지적인 능력이나 성격적인 성향을 확인하기 이해 필기시험이나 적성진단 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변화가 능력과 자질에 따라 공정하고 기회균등을 이룰 수 있는 방향으로 기능할지는 미지수입니다. 그냥 또 하나의 변화를 위한 변화일 뿐일 수도.


NCS가 도입되고 확대되면서 중요한 한 가지 흐름이 있습니다. 사실 NCS와 관련 없이 오래전부터 있었던 흐름인데, NCS로 인해 좀 더 관심이 커진 것이지요. 직무관련성입니다. 직무능력이 중요해졌습니다. 항상 새로운 트렌드와 흐름은 있기 마련입니다. NCS도 그러하고 블라인드 채용도 그러합니다. 그렇지만 그게 본질을 다 포괄한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NCS가 있건 없건, 블라인드 채용을 하건 안 하건 기업들은 ‘일 잘 하는 사람’을 채용하고 싶어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습니다. 본인의 목표 직무를 정하고, 그 목표 직무를 잘 할 수 있는 경험, 경력, 교육, 자격 등을 준비하는 것이 취업 성공률을 높이는 길이 될 것이라는 사실은 변함없을 것입니다. 언제나 트렌드에서도 변하지 않는 본질이 있습니다.


그리고, 일 잘하는 조건은 직무에 따라 기업에 따라 상황에 따라 많이 다른 것입니다. 그것을 어느 한 기준으로 정할 수 없고, 어떤 특정한 스펙은 무조건 맞지 않는다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딱 잘라서 이건 평가하지 마라. 이건 평가하라 이렇게 만들어가기보다는, 일 잘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그런 사람의 속성은 어떠한지, 그 속성들을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 것인지, 그 평가의 툴이 어떤 것인지를 설득하고 제시하는 것이 순서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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